일상의 일들

조용한 밤

잠늘보 2018. 1. 16. 00:37

결혼 44일 째

결혼 전 디데이를 매일 체크하던 때와 다르게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흐른지도 모르게 왔다.

12월 3일 우리의 웨딩데이.

다음 날 저녁의 허니문- 

허니문은 남편이 거의 99.9%를 준비해주었다. 

하와이 허니문의 기억이 바래지기 전에 시간을 내어 포스팅을 해봐야겠다 !_!

무튼, 마우이에서의 3박과 오하우에서의 3박으로 허니문에서 돌아와 

옛 우리집, 현 잠실집 (친정집이란 말은 입에 잘 붙지 않는다..)에서 하루를 쉬고 

남편은 출근, 난 신혼집을 가꾸며 복귀 전 하루의 휴가를 정신없이 보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의 휴가에 인사발령 소식이 떴고,

그렇게 연말까지 약 열흘의 시간을 6년이라는 선릉 오피스에서의 물리적, 정신적, 업무적 시간을 정리하는 데에 보냈었다.


그 동안에 신혼집 인테리어 공사도 어느정도 마무리 되어가고,

퇴근 후 틈틈히 신혼집을 가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고,

짐도 옮기며 정말 쉴새없이, 그런데 너무나도 재미지게 그 시간을 보냈던거 같다.


약 열흘의 처가살이를 마치고, 공사 마친 다음 날인 22일에 가구 몇가지를 배송 받고

그 날 저녁 남편이 와서 삼겹살을 먹었던가...?

그 때 부터 시작된 우리의 신혼집 생활.

크리스마스 때에도 우린 이케아와 마트를 돌며 집을 채워넣었다.


남편은 12월 마지막 한 주가 휴가기간이었는데,

차로 나를 출근 시켜주고, 집에서 집기를 고치거나 공사 마무리를 점검하며 시간을 보냈다.


연인일 때는 성탄절이다, 송년이다, 어떤 데이트를 해야 하나 얘기했는데

부부가 된 첫 연말은 우리의 공간을 가꾸며 지냈다. 그 또한 나름의 재미를 느끼며!


그렇게 오늘이 오고 

주말부부의 생활이 시작되고,

평일에 홀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열흘 정도 된거 같다.


슬슬 익숙해지며.. 

남편과의 시간도 좋지만, 늘 가족들과 복작복작 지내던 나는 

이 시간을 너무도 꿈꾸던 터라 

지금의 순간들을 어떻게 아끼며 감사히 보내는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 내가 쉽게 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이

그동안 내가 너무도 꿈꾸던 시간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


평생 가장 사랑하고 애틋하게 여겨온 이와 가족이 되고

우리를 도와주고 사랑해주는 어른들이 계시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방향을 잡으며 그려갈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일들이 나를 돕고 있으며,

내가 선택한 것들 역시 내가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내가 사랑하기 힘든 것들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내가 버틸 수 있는 만큼의 것들, 그리고 내가 버티도록 돕는 사람이 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산적한 문제들도 분명 있다는 것을 안다.

그 순간이 오면 나는 또 어떤 선택을 할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남편과 깊고 깊은 대화를 하고 싶은 날.

내 자신에게 계속되는 용기와 긍정을 전해주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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