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본 것들 28

달의 바다/ 정한아/ 문학동네/ 2007

달은 꿈을 닮았다. 포근하고 편안하여 위로가 되는 달빛. 그래서 예술은 달을 찾는다. 음악, 미술, 문학… 가릴 것 없이 달과 관련한 유명한 작품 하나쯤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예술이 아닌 평범한 일상으로 넘어오더라도 우리는 생활 속에서 달을 찾는다. 달을 구경하기 위해 밤길을 거닐고, 달의 변화와 모양을 기념하기도 한다. 소설 는 우주 비행사인 고모의 편지로 시작한다. 서울에 있는 가족들에게 미국에 있는 고모가 편지를 보내온다. 고모의 삶을 채운 단어는 환상, 우주, 아름다움, 자유이다. 어쩌면 그녀는 공상 속을 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고모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멀리서 보면 황금같이 빛나던 달이 사실..

읽고 본 것들 2020.11.17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김정원/ 시공사/ 2019

다른 이의 상태와 행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내 삶에 주변인이 주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느꼈을 때 부터다. 가까운 이들의 마음이 편안해야 내 생활도 안정적이고, 내 동료의 일이 잘되야 나와도 시너지가 난다. 내 생각했던 것 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주는 힘은 강력했다. 작은 오해나 마음 속 부정적인 씨앗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만드는 경우들을 보며 나 또한 매순간 행동과 말이 조심스러울 때가 많아졌다. 더더욱 조심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부정적인 상황은 관계적 결함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조심하고 배려면 된다. 일상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살피는 것은 보통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울증이 온 저자는 한단계 ..

읽고 본 것들 2019.06.25

김이나의 작사법/ 김이나/ 문학동네/ 2015

대학 때 부터 김이나 작사가의 가사를 좋아해서 미니홈피 시절 부터 팔로잉을 하며 일상의 글도 재밌게 읽었고, 인터뷰도 항상 정독 해왔는데, 왠지 책은 몇 번이나 살까말까 망설였다. 지금 생각해도 진짜 우스운 이유인데, 이 분을 더 좋아하게 될까봐 두려웠달까 ㅋㅋㅋㅋ (은근히 팬심에 있어서는 순정파임)무튼! 앉은 자리에서 완독한 드문 책. 팬심이 더 깊어진건 예상했던거고, 이렇게 오픈 마인드에 진심이 전해지는 사람 앞에서는 절로 무장해제 되는 터라.. 이 언니가 얼마나 일과 사람을 아끼는지 느껴지는 대목에선 마치 내가 언니의 아낌을 받는 동생이 된냥 힐링된다. 김이나의 작사법국내도서저자 : 김이나출판 : 문학동네 2015.03.19상세보기

읽고 본 것들 2018.01.24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은 언론에 나오는 거창한 사건들, 튀는 일들뿐이다.하지만 어느 분야든 대다수의 일하는 이들은 화려하지 않고 튀지도 않는 일들을 묵묵히 반복하고 있다.그러기에 세상은 호들갑스러운 탄식과 성급한 절망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묵묵히 굴러간다.' 절로 호들갑스러워 질 때 떠올리고 싶은 구절-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개인주의자 선언국내도서저자 : 문유석출판 : 문학동네 2015.09.23상세보기

읽고 본 것들 2018.01.24

이혼일기/ 이서희/ 아토포스/ 2017

작년 추석 때 빈과 프라하 여행을 계획했다가 여러 사정으로 보름 전에 취소가 되었다.갑자기 생긴 긴 연휴 기간. 그 시간 동안 읽고자 샀던 첫 책.담담하고 직설적인 제목과 달리 아가씨, 아내, 엄마,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간절함과 뜨거움이 느껴져 읽는 내내 뭉클했다. 엄마는 항상 내게 '세상은 네 두발로 살아가는 거야' 라고 말한다. 여태껏 나는 이 뜻을 독립적이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언제든, 내 곁에 누가 있든 나는 나로써 행복할 수 있다.'이제는 비로소 내가 가여워졌다. 연민하진 않지만 토닥이며 끌어안을 수 있다. 화창한 날이든 궂은 날이든 나와 함께 잘 살아갈 것이다. (p.94)' 이혼일기국내..

읽고 본 것들 2018.01.24

7년의 밤/ 정유정/ 은행나무/ 2011

7년의 밤국내도서저자 : 정유정출판 : 은행나무 2011.03.23상세보기 우연과 필연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서 운명 앞에서 무기력하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무력한 인간. 그럼에도 운명처럼 주어진 것을 지키고나 발버둥 치는 강인한 인간.정유정의 소설 '7년의 밤'을 읽으면서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믿어오던 인간의 자유와 의지력이 이렇게 무참히 짓밟히는 것이었나.. 오영제라는 절대 '악'으로 표현되는 인물에 의해 처참하게 당하는 최현수라는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한 작은 인간. 그의 무력함에 가슴이 답답해져 책을 몇 번이나 덮었다. 가끔씩 작은 실수가 인생을 되돌릴 수 없는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사건에 대해 듣게 된다. 나와는 관계가 없는 타인의 삶이지만, '왜 저런..

읽고 본 것들 2017.02.06

이병률 사진집 중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많이 먹지 말고 속을 조금 비워두라.잠깐의 창백한 시간을 두라.혼자 있고 싶었던 때가 있었음을 분명히 기억하라.어쩌면 그 사람이 누군가를 마음에 둘 수도 있음을.그리고 둘 가운데 한 사람이사랑의 이사를 떠나갈 수도 있음을 염두해 두라.다 말하지 말고 비밀 하나쯤은 남겨 간직하라.그가 없는 빈집 앞을 서성거려보라.우리의 만남을 생의 몇 번 안 되는 짧은 면회라고 생각하라. - 연애를 오래했음에도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가끔 그와의 거리에 대해서 생각한다.너무 가까운걸까, 너무 먼걸까,어느정도를 유지해야 할까 -하는 상념들..'그가 없는 빈집 앞' 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읽고 본 것들 2016.05.01

남아 있는 나날/ 1993

페이스 북 EBS story 페이지에서 토요 명화로 방송이 된다는 소식을 읽고는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영국인들의 전통과 예절, 품위를 엿볼 수 있답니다’ 라는 문구에 한 번, 안소니 홉킨스에 또 한 번의 확신을 얻고. ^^ 안소니 홉킨슨이 연기한 스티븐스는 영국 달링턴 홀에서 일하는 유능한 집사다. 노인이 된 스티븐스가 달링턴 경을 위해 희생해온 지날 날과 스스로 가졌던 집사로서의 체면과 숭고함, 사명감을 회고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30년대의 유럽은 이념과 인종의 차이로 인한 전쟁이 계속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영국 귀족인 달링턴 경은 각 국의 인사들과 회담을 하며 독일과의 화합 관계를 맺고자 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달링턴이 국제 정세의 중심에 서 있던 때부터 나치스트로 몰려서 파..

읽고 본 것들 2016.04.24

어웨이 프롬 허/ 2006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는 좋아하지만, 생각을 해야 하는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를 보고 나면 일상을 살다가도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그렇게 문득 이야기가 다가올 때 얻을 수 있는 감상이 좋다. 스토리 흐름을 따라가며 느끼는 것이 좋지 상징과 함축이 많아서 머리를 써야하는 영화는 즐기지 못하겠다. 「어웨이 프롬 허」는 그런 의미에서 좋았다. 노년의 삶이 주인공인 만큼 흐르듯 이어지는 이야기가 잔잔히 다가왔다. 긴 백발 머리에 무채색을 즐겨 입는, 소복한 눈에 감춰진 집과 다락같은 공간에서 남편과 마주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노년의 피오나. 우아하고 사려 깊으며 따뜻하다. 18세에 만나서 44년의 결혼 생활을 했다고 하니 60대 초반 정도 되었을 젊은(?) 나이에 알츠하..

읽고 본 것들 2016.04.24

잊혀지는 것/ 김광석

오늘에서 은수와 태원이 이별하는 장면에서 나온 곡. 진솔한 일기 같고, 한 통의 편지와 같은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에 담긴 의미가 너무나 크다. 태원과 이혼을 하고, 준구와의 이혼을 또 앞둔 상황에서 은수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냥 그 상황에서 내 선택이었을 뿐이야.' 전부 내 일, 내 선택의 일이기에 감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은수는 스스로를 신뢰하는만큼 과거의 선택과 앞으로 행할 선택을 신뢰하고 그로 인한 결과 또한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사는 모습이다. 삶에서의 선택은 옳고 그름, 맞고 틀림, 좋고 나쁨이 아닌 내게 충실했는가/그렇지 않았는가로 쌓여가는 것 같다. ---------------------------------------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

읽고 본 것들 2016.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