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었던 일들

아일랜드/ 챌린지 투어/ 해외연수/ 2017

잠늘보 2017. 9. 24. 17:04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집을 나선다. 출근길에 습관처럼 들리는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단골인 덕에 종업원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보자마자 커피를 내리고, 나는 굳이 메뉴를 주문할 필요도 없이 계산을 한다. 카페를 나서며 오늘도 익숙한 일상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하다.

 물론 가끔은 이런 익숙함과 편안함이 지루함과 매너리즘으로 바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활기찬 테헤란로는 답답한 오피스 촌이 되고, 노하우가 쌓인 업무들은 소모적인 일거리로만 느껴진다이런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금과 주말, 휴가로 삶의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짧은 일탈이 주는 만족감은 금세 잊혀진다.


[ChildFund Ireland @20170717]


  나의 챌린지 투어는 전화  통에서 시작되었다

  "승혜 대리 지내요모금 업무하면서 대학원에서 마케팅 공부도 하고 있죠이번에 챌린지 투어에 지원하려고 팀을 꾸렸는데모금 분야를 맡을 팀원이 있으면 좋을  같아서요생각 있으면 우리 모임에  볼래요?"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의 제안친절한 어투에서 느껴지는 명확함에 매료되어 고민할 필요도 없이 OK 했다팀원들이 어떤 사람인지주제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왠지 이번 기회가 내게  하나의 의미 있는 변화를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팀이 꾸려지고우리는  번이 넘는 사전 미팅면접 준비연수 기관 스터디국내 기관 방문을 하며 체계적으로 연수를 준비했다우리 팀은 전략사업모금후원자서비스의   파트 직원이 모였기 때문인지 각자의 성향과 역량이 분명해 업무 분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무엇보다 가장  강점은  가지 주제를 여러 관점으로 바라볼  있었고 덕에  배의 Insight 얻을  있었다는 점이다처음엔 과연 우리 넷의 관심사를 모두 반영할  있는 주제를 찾는  가능할지 고민했다그러나 오랜 시간 토론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통점을 발결   있었으며또한  과정이 우리에게그리고 지금의 어린이재단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


[ChildFund Ireland @20170717]


  우리는 팀의 특징을 살린너와 나의 연결고리라는 뜻의너나연이라는 이름을 걸고 아일랜드로 향했다. 아일랜드는 조금 특별했다. 유럽의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나라로 초록색이 떠오르는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 맥주와 버스킹을 사랑하는 흥이 넘치는 . 그리고 국제적인 NGO 헤드쿼터들이 있는 섹터의 선구자인 나라. 낭만적이고, 소박하고, 포근하면서도 굳건함이 느껴지는 곳이라 그곳을 상상하는 것으로도 일상의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아일랜드에서의 8 동안 우린 정말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다섯 기관에서 미팅을 진행했고, 다섯 숙소를 옮기고, 편도 다섯 시간을 달려가 트레킹도 했다. 아일랜드 날씨는 유난히도 갑작스레 바뀌었는데, 아침엔 겨울이었다가 낮이면 여름처럼 변하고 오후엔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다. 이런 변화무쌍한 날씨를 가늠하지 못한 옷을 챙겨 내내 오들오들 떨며 다니기도 했지만추위조차도 한여름 무더위의 한국을 생각하면 마냥 재미있게 느껴졌다.

  아일랜드 연수 동안 내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에게 환대를 베풀며, 힘들게 왔으니 이곳에서 많은 것을 얻어가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라는 모습.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오픈 마인드에 진정성 있고, 지적이기까지 그들을 만나며 나는 과연 어린이재단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Trinity University in Dublin @20170718]


  우리 팀에서 연수를 준비하는 내내 반복해온 질문이 있다. ‘어린이재단의 70 이후, 존경받는 조직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리 재단엔 많은 전문가가 있고, 지난 70 동안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인정받는 곳이 되었는데,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우리가 꿈꿔온 모습을 있었다조직의 가치와 믿음에 대해 구성원들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모습. 그래서 구성원들이 핵심가치라는 동일한 DNA 갖고,  가치를 지켜가는 뚝심.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도 열려 있는 태도와 생각에 생각을 더하여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과정을 즐기는 여유로운 마인드. 그렇게 각자의 전문성을 융합하여 성장하는 조직의 모습.

 사실 연수를 떠나기 전에는 세계적으로 잘하고 모금도 한다고 손꼽히는 NGO에서 기가 막힌 사업 전략이나 획기적인 마케팅 , 모금이 잘되는 캠페인 아이디어를 얻어와 재단에 도입하면 엄청난 성과를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물론 이러한 전략과 , 후원자 데이터 관리법 등과 같은 실무적인 영역에서도 많은 배움과 아이디어를 얻었고, 우리에게 하나라도 전해주고자 하는 그들의 열정 덕에 풍부한 자료도 받을 있었다. 그러나 연수 기간 새롭게 배우게 점이 있다. 우리가 아일랜드에 오게 이유는존경받는 어린이재단 되는 필요한 무엇을 찾기 위함이었는데, 이는 어떤 스킬이나 아이디어, 테크닉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Concern Worldwide Dublin Office @20170717]

 

  우리가 방문한 Concern Worldwide라는 기관의 PR 담당 Richard 이렇게 말했다.

  "모금은 하나의 영역일 뿐이다. 우리의 비전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세계빈곤 종식에 대해 관심을 두게 하는 것이다. 기부는 관심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고, 기부를 중단하면 우리와의 관계는 끝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깊이 관계를 맺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비전에 대한 로열티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어린이의 행복'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외적인 소통을 하며 모금하는 일을 한다. 정답이 없는 영역이기에 마음이 가난할 때면 가치가 흔들리고 일에 대한 타성에 빠지게 되는 같다. 어쩌면 이런 내게 필요한 것은 ‘이었는지도 모른다내가 꿈꾸는 재단의 모습, 내가 꿈꾸는 아이들의 ,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 그동안 너무 앞의 일에 일희일비 하느라 꿈을 꾸고꿈이 이루어진 모습을 상상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더블린 공항으로 향하는 , 아일랜드의 마지막 풍경을 눈에 담으며 생각했다 꿈을 떠올리고 상상하는 지금 순간이 가슴 켠이 시큰해질 만큼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그리고 행복감이 앞으로 나를 키우고 성장시킬 원동력이 있을 같다고...

  마지막으로 이런 꿈을 기회를 주신 재단의 선배님들과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있었던 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승혜네식탁  (0) 2018.01.21
제주여행/ 효도여행/ 2016년 5월  (0) 2017.09.24
설악산/ 홍천/ 속초바다/ 2017년 봄  (0) 2017.03.19
High-1 Resort/ 강원랜드호텔  (0) 2017.02.26
예쁜 카페  (0) 2017.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