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일들

오랜만에 맥북을 켰다.

잠늘보 2018. 12. 7. 00:04

논문학기가 시작되고 

주된 pc는 남편의 삼성 노트북이었다.

논문 작성에 필요한 hwp파일과 endnote 등이 window가 편하기 때문이라는 실용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서재 책꽂이 가장 아래에 

케이스도 없이 덩그러니, 충전잭과 함께 돌돌 말려 놓여져 있던..

심지어 아끼며 샀던 애플 마우스도 허옇고 큰 지우개를 취급하듯 

한쪽 구석에 던져지듯 놓여져 있었다.

무언가를 아낄 여력이 없는 날들이기도 했고,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낌은 커녕,

눈총 받던 맥북..

가끔 맥북을 켜는 날은 비실용적인 일을 하는 날이다.

가령... 사진을 고른다던지, 블로그를 하는 것과 같은..


어제 논문 본심이 마무리 되었다.

100%는 아니지만, 9부능선을 넘어 한발짝만 더 가면 되는 상황.


본심사를 마무리 한 후 책을 읽었다.

생각의 속임수라는 책이다. 

깊은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예술과 사랑, 삶과 기억, 시간에 대한 분석이 골자가 된 글이다.

본심사를 마무리한 후에 읽어서인가,

그 전엔 페이지를 넘기는 수준으로 독서를 했다면, 

어제는 나직한 울림이 있는 글처럼 다가왔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았다.


책 속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예술을 접하는 것은 벗어나려는 욕망.

나를 옥죄는 타인과 내 자신에게서 벗어나려는 본능.

그런데 우리는 그 본능을 따르기 보단 

잠시 잠깐 잊기 위해 TV, 알콜 등에 빠진다.

그 순간을 직면하고 나를 더 바라보고

진짜 내 안의 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음에도..


예전의 내 일기들을 읽었다.

일기는 꽤 꾸준히 쓴 편이지만, 다이어리와 수첩들을 많이 바꿔온 탓에

차곡히 보관이 안되어 있다.

많이 아쉬운 지점이다.

그래도 cyworld나 blog를 통해 기록해온 것들이 남아 있다.

그 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다르지 않은 지점,

지금 한결 편해지고 성숙해진 지점..

모두 진지하고 깊이 고민한 흔적들이었다.


나는 지금 또 다시 기로에 있다.

엄마가 되기 위한 생각을 시작했다.

몸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고,

남편과 가족과의 관계도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어제 아침에 남편과 사소하게 다퉜다.

할머니는 내게 남편에게 배우라며, 

소중한 사람에게 따듯하게 말하는 법을 연습하라고 말했다.

그 말이 맞다.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난 잘 하지 못한다.

그 점이 여태껏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엄마가 될 준비를 시작하겠다 마음 먹고 나니 더 무겁게 다가온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고, 어떻게 연습해야 하고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도 나는 잘 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나도, 상대방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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