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을 하며, 광화문 지하철 역사 내의 벽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매일 들여다본다. 오늘 내 인상은 어떠한가, 내 표정과 분위기는 어떠한가. 눈빛은 살아온 깊이를 말해주고, 입술은 최근의 내 기분을 알려준다. 눈빛은 초점이 없고, 입술은 주름졌다. 넋이 나가고, 맥이 없는 기상태라는 것을 뜻한다. 내가 살아온 날들과 어제 저녁 나눈 대화와 그 밤의 꿈이 나에게서 보인다. 별로 달가운 모습이 아니다. 행복하지 않다. 행복하고 싶다. 탐탁치 않은 시간들이 계속 이어졌고, 난 결국 팽팽한 고무줄이 한방에 튕겨져 나가는 것처럼 맥아리 없이 나가 떨어졌다.
다행인 것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나마 마음 터놓고 지내는 동료들과 내 뒤를 받쳐주는 가족들. 내 모든 것을 공유하는 남편. 진정으로 나의 행복을 바라는 이들. 그들에게 마음을 털어놓으며 답답함에 눈물 흘리며 바닥으로 떨어진 내 자존감과 산산조각 난 멘탈을 붙잡을 수 있었다.
'정신차리자. 멘탈을 잡자. 복잡한 것을 가지치고 중요한 것이 무언지 생각해보자.'
내가 행복한 길이 무엇일까. 어릴 때 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8년간 해왔다. 안정적이었고, 크고 작은 도전에 성취감을 느낀 날도 많았다. 멘토로 따른 분들도 많았고, 존경하는 상사, 믿고 의지하는 동료와 후배들도 많이 있었다. 나와 관련한 오해가 생겨났다. 그 오해 또한 내버려두었다. 언젠가 알겠지, 나에 대한 오해와 루머들은 나를 직접 겪어보면 풀리겠지- 하며 내버려두었다. 그 오해들이 나를 덮쳤을 때 또한 낙관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또한 나를 성장시키는 기회일거야- 여기며 하나씩 해결해나갔고, 그러면서 날 오해했던 사람들이 나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는 것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회사 생활은 쉽지 않았다. 회사 일은 할만 했지만, 사내정치, 맘에 없는 말, 불편한 사람과 지내야 하는 시간을 어려워하는 내게 회사 생활은 스트레스를 줄 때가 많았다. 그래도 본질이 아니기에 괜찮다 여겼다.
하지만 결국, 나는 포기했다. 나에게 조언을 하는 분들을 말했다.
'일을 덜 해, 루팡이 나쁜건 아니야.'
그 말에 따라 지내보려고도 했지만, 하루만에 포기했다.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다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 시간에 차라리 집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 내 성장과 생활에 더 도움이 될거같다는 생각을 했다. 월급 몇백 만원을 더 받자고 눈치보며 시간을 떼우기에는 정신노동이 너무 컸다.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사직서를 내기 전날 밤. 답답한 마음에 남편과 집앞을 걸었다.
'여보는 꿈이 뭐야?'
-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거
'그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 내 주변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
(...)
남편은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 보다 주변이 더 중요한 사람. 내가 행복하면 됐다 라고 안심해하는 사람. 늘 내 컨디션과 멘탈을 살피고 보살펴주는 사람. 조급하고 하나라도 더 이루고 싶은 내 곁에 이렇게 넉넉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늘 감사한 일이었고, 복이었다.
- 승혜야, 하늘에 별을 봐. 별은 하나를 보면 또 다른 하나가 또 보이는거 알아? 참, 이 얘기 네가 나한테 해준건가.
- 승혜야, 너무 걱정하지마. 결정은 네가 하는거야. 주변 사람들의 말은 참고만 해. 책임도 네가 지는거고.
(...)
나만 빼고,
난 항상 같이 책임져줄거니까.
연애하면서 남편에게 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릴 때 하늘의 별을 보면, 하나 밖에 안 보이다가도 그 옆의 별이 또 하나 보인다고. 어둠에 익숙해졌던 눈이 별의 밝음을 발견하는 순간 새로 띄이는 것 같다고. 내가 했던 말이 남편의 무의식에 박혀있다가, 내가 외로운 섬처럼 느껴지던 날 나에게 해주었다. 사랑은 내가 한 말이 네 말이 되는 거다. 네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는 거고. 멋지고 아름다운 일이다. 늘 내가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남들이 나를 옳지 않다 해도, 설령 그들의 말이 맞다고 해도 별반 가치 없는 말들이라는 것을 안다. 내 삶은 그보다 더 가치있는 것이다. 내가 새롭게 발견한 눈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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