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본 것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2015

잠늘보 2016. 1. 25. 01:20

나는 산타마리아 호 선상에 올라가 멀리 대서양을 바라보았습니다.

신대륙은 물론 보이지 않고 대서양의 푸른 물결만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눈앞의 무심한 바닷물과는 반대로 귓전을 스치는 바람 속에는 수많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라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항변이 들려옵니다.

- 더불어 숲/ 신영복 저




올드 웨스트(old west), 와일드 웨스트(wild west)로 불리는 서부개척시대. 극 중 모피사냥꾼들은 군부대와 원주민들의 마을을 침략해 가죽을 약탈하고, 원주민 여자를 강간하고 남자들을 죽인다. 그들의 기준에서 보는 인디언들은 '야만'이다. 그리고 인디언들에게 그들은 '침략자'이다. 여기까지가 내게도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어쨌든 인디언의 문화는 날 것이고, 그것이 내게는 익숙하지 않고 매우 불편함을 주는 문화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글래스는 인디언의 문화에 익숙한 인물이다. 복수심에 대자연과 싸우며 제럴드를 쫓는 글래스. 추위에 죽은 말의 배를 갈러 내장을 다 빼내고 그 안에 몸을 숨겨 살을 에는 추위를 피한다. 그 장면에 나는 눈을 가렸다. 도저히 볼 수가 없는 잔인하고 낯선 장면이었다. 하지만 오늘 신영복 교수의 책을 읽으며 그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레버넌트 안에서 엿본 인간의 잔인함, 극악무도함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이들을 무참히 짓밟는 모습들이 떠올랐다. 글래스의 삶은 이러한 인간들의 삶과는 반대로, 숨이 붙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며, 숨이 붙은 것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