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본 것들

니체의 저술에 영향을 끼친 타자기/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잠늘보 2016. 2. 18. 00:20

요즘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를 읽고 있다.

미디어가 인간의 뇌와 사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듯.

앞부분에 흥미로운 스토리가 나와서 내용을 찾아봤다.

바로 미디어(타자기)가 니체의 저술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


니체는 낙마 사고를 겪은 후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교수직에서 물러나 유럽을 여행하며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1881년 거의 시력을 잃게 되자 코펜하겐의 몰링 한센이라는 발명가를 통해 

타자기를 주문했다고 한다.




(1878 몰링 한센의 발명품/ 출처: http://www.malling-hansen.org/)


화려한 장식의 금색 바늘방석처럼 생긴 이 기계는 대문자와 소문자, 숫자와 인용부호를 표기할 수 있는 52개의 키가 가장 효율적인 타이핑을 가능케 하는 과학적 살계에 기반해 동심원을 그리며 기기의 맨 위에 돌출되어 있었다. 이 키들 바로 아래에는 종이를 지지하는 구부러진 받침이 있다. 놀라운 전동 장치에 의해 이 받침은 키를 하나씩 누를 때마다 시곗바늘처럼 움직였다. 충분히 연습할 경우 1분에 800개의 문자를 타이핑할 수 있었는데, 이는 당시 발명된 타자기 중 가장 빠른 것이었다.

- p.38/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체는 다시 글을 쓸 수 있다는 기쁨에 다음과 같은 시를 쓰기도 했다.


타자기는 나와 같은 물건. 철로 만들어졌지.

하지만 여행 중에는 쉽게 손상이 되지.

많은 인내와 요령이 필요하고,

우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손가락도 필요하다네.


재밌는 것은 니체가 타자기를 사용하고 난 후 부터 그의 글에서 변화가 감지되었다는 것이다.


베를린의 한 신문은 이렇게 보도했다.

니체가 "그 어느 때보다 상태가 좋으며, 타자기 덕분에 저술 활동을 재개했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니체의 글에서 느껴진 변화이다.

니체의 가까운 친구인 작곡가 하인리히 쾨젤리츠(Heinrich Koseitz)는 편지를 통해

"아마도 이 기기를 이용하면서 새로운 언어를 갖게 될 것이네" 라고 쓰면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는 "음악과 언어에 대한 나의 생각들은 펜과 종이의 질에 의해 종종 좌우되지"

라고 말하며, 수단, 즉 미디어가 글과 사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표현하였다.


그리고 니체가 남긴 말.

"자네의 말이 옳아. 우리의 글쓰기용 도구는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는 데 한몫하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미디어 콘텐츠가 아닌 미디어가 개인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저자는 다양한 예시와 이론으로 미디어가 미치는 (주로 부정적) 영향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컨텐츠가 아닌 미디어라는 도구에 초점을 맞춘 것이 흥미롭다. 

비판적인 생각 없이 변화와 뉴미디어에 익숙해지고 있던 나를 돌아보고, 어떻게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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