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우연과 필연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서 운명 앞에서 무기력하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무력한 인간. 그럼에도 운명처럼 주어진 것을 지키고나 발버둥 치는 강인한 인간.
정유정의 소설 '7년의 밤'을 읽으면서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믿어오던 인간의 자유와 의지력이 이렇게 무참히 짓밟히는 것이었나.. 오영제라는 절대 '악'으로 표현되는 인물에 의해 처참하게 당하는 최현수라는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한 작은 인간. 그의 무력함에 가슴이 답답해져 책을 몇 번이나 덮었다.
가끔씩 작은 실수가 인생을 되돌릴 수 없는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사건에 대해 듣게 된다. 나와는 관계가 없는 타인의 삶이지만,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소설 '7년의 밤'을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바로 나약함이 아닐까.
한가지 사건의 단면으로 봤을 때는 어리석은 인간의 선택이지만, 그의 삶 전체를 봤을 때는 감히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인간의 나약함이 그 순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오영제가 지키는 세상은 '자신의 소유물'이었고, 최현수는 '아들'이었다. 소중한 것을 지키겠다는 의지, 그러나 그 의지가 가져올 파국을 예측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에 다가왔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은 후 그래도 삶에 대해 비관적이지 않을 수 있던 것은 운명에 굴복한 자도 최현수라는 한 인간이지만 그 굴레에서 벗어나 아들 서원에게 그 피를 물려주지 않은 것 또한 최현수였기 때문이다. 무력하고 나약한 인간이지만, 분명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소설 '7년의 밤'은 역동적이고 선이 굵은 서사로 읽는 내내 내가 마치 그 장소, 그 사람들과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손에 땀이 날 정도여서 몇몇 장면은 깊이 읽지 못하고 도망치듯 넘기기 바빴다.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상황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서 한번 더 읽고 싶은 소설이다.
'읽고 본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0) | 2018.01.24 |
---|---|
이혼일기/ 이서희/ 아토포스/ 2017 (0) | 2018.01.24 |
이병률 사진집 중 (0) | 2016.05.01 |
남아 있는 나날/ 1993 (0) | 2016.04.24 |
어웨이 프롬 허/ 2006 (0) | 2016.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