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블랙의 사랑>은 멜로 영화가 아니다. 가족 영화다. 영화를 보며 사랑 보다 아버지를 떠올렸다. 자식들에가 가장 큰 스승이 되는 것은 아버지의 뒷모습이라고 한다. 조블랙이 자신의 이기적인 사랑에서 벗어나게 된 것도 수잔을 향한 아버지의 애처로움을 느꼈을 때다. 수잔이 사랑에 눈을 뜬 것도 아버지의 조언이 있어서였다. 그 한마디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내어 새로운 사랑에 뛰어들었다.
강신주는 자신의 책에서 아카시아 나무의 비유를 이야기했다. 강한 생명력과 깊은 뿌리로 주변의 나무들을 파괴하지만, 매혹적인 향기를 가지고 있어 뿌리칠 수 없는 아카시아 나무. 그는 '야심'이라는 감정을 아카시아 나무에 비유했지만, 그 외에도 우리 삶에는 매혹적이면서도 파괴적인 아카시아 나무와 같은 존재가 많다.
죽기 직전에 살면서 아쉬운 일을 떠올릴 때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을 꼽는다. 더 많이 웃지 못한 것,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지 못한 것,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것… 대구 지하철 사고 현장에서 사람들이 마지막 보낸 문자 내용의 전부가 가족들에게 ‘그동안 잘 못해줘서 미안했다. 사랑한다’였다고 한다. 아카시아 나무 같이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소박해서 마음에 감기는 말들이다. 스피노자의 사과나무처럼 심오한 의미를 담지는 않았지만 결국 핵심은 같은게 아닐까. 죽는 순간에 사과나무가 아닌 아카시아 나무를 떠올리며 아쉬움을 남기는 사람이 있을까. 정작 중요하며 생의 마지막 날에 간직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며 사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든 것일까.
'사랑은 열정이고 집착이다. 그가 없이는 한시도 견딜 수 없고 정신 못 차리는 그런거 있잖니. 삶의 긴 여정동안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인생을 산 것도 아니지.'
안소니 홉킨슨는 Good to Great의 노년을 잘 표현했다. 생이 저물어가는 순간에도 뜨겁고 순수하고 진정으로 공감하고 아파하는 Good to Great의 삶이다. 이 영화를 느끼며 아버지의 마음을 함께 느낀다.
(2014. 0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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