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 바쁘고, 그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운동도 하고.
고작 유관 업무 경험 2년 여의 시간을 바탕으로 선택한 새로운 진로, 그 연장선으로 시작한 대학원 공부.
타전공임에도 그럭저럭, 잘 적응하고 있는 대학원 생활.
회사에서 성과도 잘 내고 있고, 인정도 받고 있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천천히 늘어나고 있고, 좌절하며 마음을 졸일 때도 있지만, 대게의 경우에는 후련하고 성취감을 느낄 때가 많다.
연애는 감사하게도 안정적이고..
그렇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올 한 해를 돌아보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음표다.
막상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상상해보면 너무나 많은 걸림돌들이 나를 붙잡는다.
누구나 그럴 것이야, 라며 시간을 보내왔는데, 실상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내 목표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계속 시간에 쫓겨, 할 일을 쫓아서 온게 아닐까 하는 마음.
작년에는 올해 꼭 대학원을 가겠다, 업무의 안정권을 찾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올해를 보내는 지금은 내년에는 결혼을 해야 하나, 하는 물음.
결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하면서도 꼭 나이가 됐다고 결혼을 해야 하나- 하는 질문..
내년에 발령이 나지 않으면, 내게는 업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질문..
내가 계속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지 못하는 것은 내 스스로만의 선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다소 무기력해지는 기분이었는데, 어쩌면 나이거 들수록, 책임과 삶의 무게가 깊어 질 수록 점점 나 혼자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혼자만 선택하고, 혼자 감당하고, 나만의 가치관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일이라면
진작에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었을 일들이겠지.
어쩌면 누군가와 의견을 공유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그 과정이 두려워서 선택의 순간에서 자꾸 회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 그 정도로만 온다'
걱정하던 순간을 직면했을 때, 다 그정도 뿐이다. 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온다. 걱정을 끝내는 방법을 실행하는 것이다.
막상 실행하고 나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덜 혼란스럽고 더 후련해 질 것이다.
내가 마음을 쏟고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야 할 사람과 일은 결국 내게 오게 되어있다.
혼란은 그만. 대답 할 자신 없는 질문만 반복하는 것도 그만.. 혼자 끙끙 앓는 것 또한 그만.
잘 살기 위해서 걱정은 그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