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00

본능

육아를 시작하면 -평소에 약한 부위/ 아이를 안으며 많이 쓰는 부위- 이렇게 두 곳이 아프다. 나의 경우 평소에 약한 부위는 어깨와 목, 아이를 안으며 많이 쓰는 부위는 허리와 팔이다. 새벽에 일어날 때가 절정이다. 배꼽시계가 정확한 아기는 배가 고프다고 깨는데, 분명 머리로는 바로 먹여야 된다는걸 아는데, 온 몸이 얻어 맞은 듯이 아파서 몇 분을 누워있는다. 버퍼링이 걸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무겁고 쑤시는 몸으로 새벽과 아침을 보내고 나면, 낮 중에 아이를 번쩍번쩍 한 팔로 안아 올리는 내가 신기하다. 새벽에 비몽사몽 버퍼링에 걸려 밍기적 거리던 내가 맞나 싶다. 이제 갓 백일이 넘은 아기는 두어 번의 밥투정 시기가 있었다. 아마 우리 아기의 원더윅스는 밥투정으로 오는거 같다. 그 시기가 되면 ..

일상의 일들 2020.12.17

비장함을 버리기

"부모가 매 순간 너무 비장하면 아이는 편안히 배울 수가 없어요. 육아는 긴 과정입니다. 나침반과 별이 그 자리에 있으면, 오늘 좀 헤매도 다시 제 길로 돌아와요."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아이는 부모를 항상 용서한다" 오은영의 정확한 사랑의 언어 아이가 내 단점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살면서 나의 성격적인 면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을 아이가 반복하면 마음이 아프겠지- 라 생각했다. 오늘 병영언니(내겐 친언니 같은)와 이야기 하면서 이런 내 마음을 전했더니, 언니는 말했다. "엄마가 되면서 철든다는 말이 맞나봐~ 그냥 나 닮아서 그렇지, 너도 스트레스 받겠다, 하고 그냥 맘편할 수 있게 토닥토닥 해주며 키우는게 최고인거같아" 그러게. 언니 말이 맞네. 생각해보니 아이에게서 나와 닮은..

일상의 일들 2020.12.03

前직장 동료들과의 대화

어제, 오늘 前직장 동료 몇명과 카톡을 했다. 자연스럽게 근황을 나누고, 최근 회사 동향에 대해 듣고.. 내가 퇴사한 시점과 너무나 그대로인 모습. 나는 운좋게 퇴사 후 하고 싶었던 비즈니스와 결이 같은 일을 하게 되고, 임신을 하며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육아를 하는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금의 일상이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때로는 동료들과 소소하게 수다떨던 그 때가 그립기도 하다. 내가 꿈꾸는 것은 '엄마'인 여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 퇴사를 했던 이유는 많지만, 그 중 한가지가 엄마로서 자유롭게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주변 선배들을 보며 9to6가 지켜지는 업무 환경이라 해도 엄마로서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꼈다. 아이가 아프거나 어린이집 이슈가 생겼을 때 휴가를 ..

일상의 일들 2020.12.02

아이를 재우고 일하는 중

오늘 아이가 낮에 잠투정이 심했다. 베이비시터 선생님 말씀으로는 오전 낮잠을 잘 타이밍을 놓쳐서 피로가 누적된 듯 보인다고.. 배가 허전해서 잠에 못 드나 싶어 수유를 한시간 단위로 하고, 분유로도 60ml를 먹였는데도 칭얼거름+깡패울음이 심했다. 이렇게까지 달래지지 않는 울음은 처음이었다. 달래고 달래서 겨우 2시 30분 쯤 잠든 아기.. 많이 불편하고 속상했구나, 하면서 꼬옥 안아주었다. 내내 투정하는 아기를 달래느라 나도 지쳐서 잠든 아기 옆에서 한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오전엔 잠시 우편 업무 보러 외출도 하고, 종일 아기를 달래고.. 업무를 거의 못했다. 출산 한 달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일을 하다가 아기가 부르면 머리에 핀을 꽂고 달려가다 보니 책상엔 항상 핀이 한가득이다. 빠른 복귀.. 누..

일상의 일들 2020.12.01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지..

내가 아이를 대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눈맞춤'이다. 수유를 할 때, 아이와 대화를 할 때, 아이와 놀아줄 때.. 아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눈을 돌리지 않는다. 누가 불러도, 아무리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어도, 전화가 울려도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그리고 심장을 맞대면 꼬옥 안아주는 순간.. 밥을 먹고 난 후의 아기, 잠을 자고 일어날 때의 아기를 꼬옥 안아준다. 이런 순간들은 아이를 위한 것도 있지만,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은 기운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조리원에서 수진언니와 카톡을 하며 육아에 대한 조언을 구하며 곽윤철 선생님을 소개받았다. 그 분의 유튜브 영상, 블로그 글을 보며 배웠다. 아기를 향한 순도 100..

일상의 일들 2020.12.01

결혼식

정말 오랜만에 들어온 티스토리 블로그. 그 사이 나는 퇴사를 하고, 아이를 낳았다. 퇴사를 하고, 아이를 낳다. 딱 열글자인데,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열글자 안에는 들어가지 않는 많은 고민의 시간들, 무거운 선택, 그리고 후련함. 만족함과 행복감. 무엇보다 나의 '책임' 밤에 배가 고파 깨는 아이를 먹이고 안고 재우면서 고요함을 느낀다. 그 새벽시간에 깨어본 적이 언제던가. 머릿 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면서 찬찬히 문장으로 되뇌여본다. 다시금.. '기록하고 싶다.' 이 시간과 문장들이 무작정 흘러가는 것이 아쉽고 아깝다. 그래서 다시 블로그를 찾았다. 어떤 기록을 먼저 할까 생각하다가 결혼을 떠올렸다. 퇴사도, 출산도 결혼을 하면서 내 상황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기에 가능한 일. 날 사랑하고 믿어..

있었던 일들 2020.11.17

달의 바다/ 정한아/ 문학동네/ 2007

달은 꿈을 닮았다. 포근하고 편안하여 위로가 되는 달빛. 그래서 예술은 달을 찾는다. 음악, 미술, 문학… 가릴 것 없이 달과 관련한 유명한 작품 하나쯤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예술이 아닌 평범한 일상으로 넘어오더라도 우리는 생활 속에서 달을 찾는다. 달을 구경하기 위해 밤길을 거닐고, 달의 변화와 모양을 기념하기도 한다. 소설 는 우주 비행사인 고모의 편지로 시작한다. 서울에 있는 가족들에게 미국에 있는 고모가 편지를 보내온다. 고모의 삶을 채운 단어는 환상, 우주, 아름다움, 자유이다. 어쩌면 그녀는 공상 속을 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고모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멀리서 보면 황금같이 빛나던 달이 사실..

읽고 본 것들 2020.11.17

밤의 대화

아침에 출근을 하며, 광화문 지하철 역사 내의 벽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매일 들여다본다. 오늘 내 인상은 어떠한가, 내 표정과 분위기는 어떠한가. 눈빛은 살아온 깊이를 말해주고, 입술은 최근의 내 기분을 알려준다. 눈빛은 초점이 없고, 입술은 주름졌다. 넋이 나가고, 맥이 없는 기상태라는 것을 뜻한다. 내가 살아온 날들과 어제 저녁 나눈 대화와 그 밤의 꿈이 나에게서 보인다. 별로 달가운 모습이 아니다. 행복하지 않다. 행복하고 싶다. 탐탁치 않은 시간들이 계속 이어졌고, 난 결국 팽팽한 고무줄이 한방에 튕겨져 나가는 것처럼 맥아리 없이 나가 떨어졌다. 다행인 것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나마 마음 터놓고 지내는 동료들과 내 뒤를 받쳐주는 가족들. 내 모든 것을 공유하는 남편. 진정으로 나의 행복..

일상의 일들 2019.06.28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김정원/ 시공사/ 2019

다른 이의 상태와 행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내 삶에 주변인이 주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느꼈을 때 부터다. 가까운 이들의 마음이 편안해야 내 생활도 안정적이고, 내 동료의 일이 잘되야 나와도 시너지가 난다. 내 생각했던 것 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주는 힘은 강력했다. 작은 오해나 마음 속 부정적인 씨앗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만드는 경우들을 보며 나 또한 매순간 행동과 말이 조심스러울 때가 많아졌다. 더더욱 조심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부정적인 상황은 관계적 결함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조심하고 배려면 된다. 일상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살피는 것은 보통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울증이 온 저자는 한단계 ..

읽고 본 것들 2019.06.25

올곧다는 것

할머니는 나를 '올곧다'고 표현한다. 강점과 약점을 모두 의미하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강직하고 올곧은 것, 강점이 될 수 있지만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처럼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도 많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나는 올곧은걸까 교만한걸까. 네가 늘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남편은 조언한다. 본부장님은 내게 '포용력'을 기른다면, 지금 가진 장점이 더욱 빛을 낼 수 있을거라 조언하신다. 거기에 덧붙여, 더 나이가 들어 갖추는 것은 큰 강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통찰까지 제시하신다. 포용력이라.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들이는 힘. 상황을 다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반드시 내 기준이 옳다고 생각하는 고집이 나의 올곧음을 교만으로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습관적으로 사소한 것에서 부터 좋은 면을 보고, 잠재돤..

카테고리 없음 2019.04.30